좋은 관계는 언제나 편안한 말만 주고받는 관계일까요. 때로는 상대방이 듣기 불편한 말을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동료의 실수를 보았지만 관계가 어색해질까 침묵할 수도 있고, 반대로 너무 쉽게 지적하다가 관계를 망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피드백에는 말의 기술보다 먼저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정말 그 사람의 성장을 바라는 마음인지 스스로 묻는 일입니다.
말하지 않는 것이 언제나 배려는 아닙니다
동료가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옷차림에 문제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면 대부분 바로 알려줄 것입니다. 퇴근길에 자동차 타이어의 바람이 빠져 있는 것을 발견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대방이 곤란한 상황에 빠지는 것을 막아주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그 문제가 외적인 것이 아니라 업무 습관이나 태도에 관한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반복되는 실수, 다른 사람의 말을 끊는 습관, 지나치게 방어적인 태도처럼 본인은 잘 보지 못하는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순간 우리는 침묵을 선택하기 쉽습니다. 괜히 말했다가 관계가 불편해질까 걱정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말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상대방에게 더 큰 손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피드백은 문제를 지적하는 일이 아니라 성장을 돕는 일입니다
조언의 목적을 먼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말하는 것인지, 상대방이 더 나아지기를 바라기 때문에 말하는 것인지에 따라 같은 내용도 전혀 다르게 전달됩니다.
상대방의 약점을 발견했다고 해서 그것을 말할 권리가 자동으로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조언에는 관계가 필요하고, 관계에는 신뢰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좋은 피드백은 상대방을 낮추는 말이 아니라 그 사람이 스스로 보지 못했던 부분을 함께 바라보는 대화에 가깝습니다.
‘당신은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것과 ‘이 부분을 조금 다르게 해보면 어떨까’라고 말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하나는 사람을 판단하지만, 다른 하나는 행동을 바라봅니다.
좋은 조언에는 타이밍과 방법이 필요합니다
같은 말도 언제, 어디에서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들립니다. 여러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상대방의 실수를 지적하면 조언은 쉽게 공개적인 비판으로 변합니다. 상대방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방어적인 태도를 만들 가능성도 커집니다.
그래서 중요한 피드백일수록 개인적인 자리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먼저 대화할 수 있는지 묻고, 상대방이 받아들일 여유가 있는지 살피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사람 전체를 판단하기보다 구체적인 행동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너는 항상 그래’라는 말 대신 ‘지난번 회의에서 그 말을 들었을 때 다른 사람들이 의견을 내기 어려워 보였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상대방은 자신의 인격 전체가 공격받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행동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말하는 사람보다 듣는 사람의 이야기가 더 중요할 때가 있습니다
피드백은 일방적인 전달이 아닙니다. 내가 본 것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행동이라도 그 사람에게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조언을 한 뒤에는 상대방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기다려야 합니다. ‘내 생각은 이런데,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묻는 순간 대화의 방향이 달라집니다.
때로는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 내가 처음 생각했던 판단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조언의 실패가 아니라 관계가 깊어진 결과일 수 있습니다. 상대방을 변화시키려 하기 전에 상대방을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함께 더 나은 방향을 찾는 대화입니다.
문제만 말하지 말고 다음을 함께 바라보아야 합니다
문제를 지적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무엇을 다르게 할 수 있는지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보고서의 실수가 반복되고 있다면 ‘왜 이렇게 자꾸 틀려요?’라고 묻기보다, 제출하기 전에 한 번 더 검토하는 방법을 제안하거나 필요한 경우 함께 확인해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게 정답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보다 ‘이런 방법은 어떨까?’라는 질문이 때로는 더 큰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피드백은 상대방을 대신해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 다음 걸음을 내딛도록 돕는 일에 가깝습니다.
정보를 나누는 것에서 가치관을 나누는 관계로
직장에서는 업무에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는 일이 자연스럽습니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알려주거나, 중요한 고객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거나, 업무를 더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방법을 알려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관계가 조금 더 깊어지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사람의 일하는 방식뿐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태도와 가치관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동료에게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가치와 신념을 나누는 문제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물론 자신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서로 다른 믿음과 가치관을 존중하는 태도는 기본입니다.
다만 내가 중요하다고 믿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진심으로 나누고 싶은 마음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선택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존중하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건네는 것입니다.
한 사람의 피드백이 조직의 문화를 바꿀 수 있습니다
개인의 노력만으로 건강한 피드백 문화를 만들기는 어렵습니다. 조직 전체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정기적으로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만들고, 리더가 먼저 피드백을 요청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잘못된 점만 이야기하기보다 잘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인정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특히 리더가 자신에게도 피드백이 필요하다는 태도를 보이면 조직의 분위기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피드백이 아래에서 위로도 흐를 수 있다는 경험이 쌓이면 사람들은 실수를 숨기기보다 함께 해결하려고 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건강한 조직은 실수가 없는 조직이 아니라, 실수를 발견했을 때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조직입니다.
좋은 관계는 불편한 말을 할 수 있을 때 더 깊어집니다
우리는 흔히 좋은 관계를 서로 기분 좋은 말만 주고받는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상대방에게 불편한 말을 해야 할 때 망설입니다. 관계가 깨질까 두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든 침묵이 배려는 아닙니다. 때로는 말하지 않는 것이 상대방에게 필요한 기회를 빼앗을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말하느냐만큼 왜 말하는가입니다.
상대방의 성장을 진심으로 바라지 않으면서 조언을 한다면 그것은 쉽게 비판이 됩니다. 반대로 관계에 대한 책임과 존중을 가지고 말을 건넨다면 같은 지적도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피드백에는 용기와 겸손이 함께 필요합니다. 말할 용기뿐 아니라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겸손,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내가 상대방을 변화시키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더 나은 방향을 찾는 동료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어쩌면 좋은 리더십은 좋은 말을 해주는 능력보다 필요한 말을 적절한 방식으로 건네는 능력에 더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말이 상대방을 작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한다면, 그것은 비판이 아니라 관계의 책임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