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인재를 뽑는 일은 언제나 중요한 경영의 과제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학력과 경력, 자격증과 전문성처럼 눈에 보이는 조건을 먼저 살펴봅니다. 하지만 조직에서 오래 함께 일할 사람을 찾는 문제는 조금 다릅니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조직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과 전혀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다면, 능력은 오히려 갈등의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채용은 사람을 평가하는 일이기 전에, 서로의 모습을 먼저 보여주는 일이 되어야 합니다.
좋은 스펙이 좋은 조직을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채용 과정에서 학력과 경력, 자격증과 전문성을 살펴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실제 업무를 수행할 능력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데 필요한 정보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그것만으로 사람을 설명하려 할 때 생깁니다. 뛰어난 경력과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라도 조직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당장 눈에 띄는 경력이 부족해 보여도 조직의 방향과 잘 맞아 오랫동안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채용에서 중요한 질문은 “이 사람이 얼마나 뛰어난가?”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이 사람이 우리와 함께 어떤 방식으로 일할 것인가?”라는 질문까지 이어져야 합니다.
팀의 실수는 ‘숨겨진 가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팀(Tim)의 사례는 이 문제를 잘 보여줍니다. 그는 핵심 임원을 채용하면서 전문적인 자격과 경력에 주목했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실제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문화를 채용 과정에서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새로 들어온 임원은 분명 뛰어난 경력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6개월이 지나면서 회사의 기존 문화와 잘 맞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결국 그는 회사를 떠났고, 면접 과정에서 회사의 신념과 가치가 더 분명하게 전달되었다면 자신 역시 처음부터 그 차이를 알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사례에서 아쉬운 점은 누군가의 능력이 부족했다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가 서로를 충분히 알지 못한 채 시작했다는 데 있습니다. 회사는 필요한 사람을 뽑았다고 생각했고, 후보자는 자신이 어떤 조직에 들어가는지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채용의 실패는 사람을 잘못 골랐다는 문제만이 아니라, 서로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다는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회사가 먼저 자신의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채용 전에 회사가 자신을 먼저 보여주는 것입니다.
우리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고객을 어떻게 대하는지, 사람과 일을 어떤 기준으로 바라보는지, 어떤 행동을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솔직하게 설명해야 합니다. 홈페이지에 가치 선언문을 적어놓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실제 업무에서 그 가치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이야기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고객 만족을 중요하게 여기는 조직이라면 단순히 “고객 중심”이라고 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고객과 갈등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해결해왔는지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원자에게 비슷한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했는지 물어볼 수도 있습니다.
이런 대화는 지원자를 시험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과정입니다. 회사가 자신의 기준을 솔직하게 보여주면 지원자 역시 자신이 그 기준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인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가치를 공개한다는 것은 사람을 획일화하는 일이 아닙니다
여기서 한 가지 구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조직의 가치를 분명하게 이야기한다는 것이 모든 구성원이 똑같은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특히 종교적 신념과 관련된 가치가 조직 안에 존재할 경우에는 더욱 세심한 구분이 필요합니다. 회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신념을 투명하게 알리는 것과 그것을 이유로 사람을 배제하거나 차별하는 것은 같은 문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조직이 공개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가치에는 정직성, 공정성, 고객에 대한 책임, 품질, 성실함, 탁월함처럼 실제 업무에서 행동으로 확인할 수 있는 원칙들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와 똑같이 생각하는 사람인가?”가 아니라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원칙을 이해하고 함께 일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일 수 있습니다.
가치는 벽에 적어두는 문장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기업의 가치가 의미를 가지려면 구성원들이 실제로 경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직을 이야기하면서 결과를 위해 거짓을 용인한다면 그 조직의 진짜 가치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고객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하면서 정작 고객의 목소리를 무시한다면, 그 문장은 아무리 아름다워도 조직의 문화가 되지 못합니다.
그래서 채용 과정에서 가치와 문화를 이야기하는 일은 사실 조직 자신을 돌아보는 일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려면 “우리는 실제로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가?”까지 함께 살펴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채용은 사람을 고르는 일이 아니라, 서로를 보여주는 일입니다
우리는 채용을 회사가 사람을 선택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기업은 질문하고 지원자는 자신을 증명합니다. 더 좋은 경력과 더 많은 경험을 보여주기 위해 서로가 준비합니다.
하지만 오래 함께 일하는 관계를 생각하면 채용은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회사도 선택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원자 역시 이 조직에서 자신의 시간과 능력을 사용하는 것이 옳은지 판단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회사가 먼저 보여줘야 할 것은 연봉이나 복지만이 아닙니다. 우리가 왜 존재하는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좋은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서로에게 맞는 관계인지 판단하기 위해서입니다.
여기에는 조금 불편한 질문도 필요합니다. 우리가 채용 공고와 면접에서 보여주는 회사의 모습은 실제 회사의 모습과 얼마나 가까운가. 우리가 말하는 가치와 구성원들이 매일 경험하는 현실 사이에는 얼마나 거리가 있는가.
‘올바른 인재’를 찾는 일은 좋은 사람을 골라내는 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회사가 먼저 자신이 누구인지 솔직하게 보여줄 때 시작됩니다. 사람을 찾기 전에 조직이 먼저 자신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