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하지만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맡은 일을 잘하는 것과 조직에 기여하는 것은 같은 의미일까요? 팔로워십은 이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성실함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직장에서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맡은 일을 미루지 않고, 다른 사람이 꺼리는 일도 묵묵히 해냅니다. 상사의 요청에 성실하게 응답하고, 조직에 문제가 생기면 자신의 몫을 다하려고 애씁니다.
그런데 그의 노력은 충분히 인정받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더 많은 일을 맡게 되지만 중요한 의사결정에서는 제외되고, 조직에 기여하면서도 자신의 존재감은 점점 작아집니다.
반면 주어진 일만 처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무엇이 필요한지 먼저 살피는 사람이 있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원인을 찾고, 더 나은 방법이 있다면 의견을 제시합니다. 그는 자신이 맡은 업무뿐 아니라 조직 전체가 나아갈 방향에도 관심을 둡니다.
두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물론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를 개인의 노력 부족으로만 돌릴 수는 없습니다. 조직의 평가 방식이나 리더의 편견 때문에 정당한 기여가 외면받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자신의 역할을 바라보는 방식은 한번쯤 돌아볼 만합니다.
팔로워는 단순히 따르는 사람이 아니다
팔로워십(followership)은 리더십의 반대말이 아닙니다. 리더를 보조하거나 지시를 수행하는 기술만을 의미하지도 않습니다. 좋은 팔로워는 조직의 목표를 이해하면서도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합니다. 필요한 순간에는 의견을 제시하고, 공동의 목표를 위해 자신의 역량을 사용합니다.
미국의 경영학자 로버트 켈리(Robert E. Kelley)는 팔로워십 연구에서 독립적이고 비판적인 사고와 적극적인 참여를 중요한 특성으로 강조했습니다. 이 관점에서 팔로워는 리더의 지시를 기다리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닙니다. 스스로 판단하면서 조직의 목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입니다.
지시받은 일을 수행하더라도 그 목적을 이해하고, 더 나은 방법이 있는지 살핍니다.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행동으로 옮기며, 조직 전체의 성과에 책임을 느낍니다.
생각만 하고 행동하지 않는 사람도, 생각 없이 지시만 따르는 사람도 좋은 팔로워가 되기 어렵습니다. 판단과 참여가 함께할 때 팔로워십은 조직의 실질적인 역량이 됩니다.
좋은 팔로워는 신뢰를 만들어 간다
좋은 팔로워의 역량은 거창한 성과에서만 드러나지 않습니다. 맡은 일을 제때 마무리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숨기지 않으며,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일에서부터 신뢰가 쌓입니다.
여기에 주도성이 더해집니다. 지시가 내려올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문제가 예상되면 미리 알리며, 가능한 해결책을 함께 제시합니다. 주도성은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역할 안에서 책임 있게 움직이는 태도입니다.
좋은 팔로워는 자신의 성과만 챙기지도 않습니다. 동료에게 필요한 정보를 나누고, 다른 사람의 성장을 도우며, 팀 전체의 성과를 생각합니다.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동료의 역량까지 높일 때 조직은 함께 성장할 수 있습니다.
능력은 일을 맡길 이유를 만들지만, 신뢰는 다시 일을 맡길 이유를 만듭니다. 성실함에 판단력과 주도성, 책임감이 더해질 때 한 사람의 업무 능력은 조직을 움직이는 힘으로 확장됩니다.
좋은 팔로워를 원한다면 조직도 달라져야 한다
좋은 팔로워가 되려고 노력한다고 해서 언제나 정당한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조직은 질문보다 침묵을 선호하고, 다른 의견을 내는 사람보다 상사의 뜻을 빠르게 읽는 사람을 높이 평가합니다. 공동의 목표보다 특정 인물에 대한 충성심이 중요하게 여겨지기도 합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독립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오히려 불편한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구성원은 문제를 발견해도 말하지 않고, 더 나은 방법을 알고 있어도 시도하지 않습니다. 조직이 원하는 것은 적극적인 참여라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순응을 요구하는 모순이 생깁니다.
따라서 팔로워십은 개인의 태도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리더에게는 다른 의견을 받아들이는 용기가 필요하고, 조직에는 정직한 문제 제기를 보호하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좋은 팔로워는 모든 상황에서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려는 사람도, 어떤 지시든 무조건 따르는 사람도 아닙니다. 근거를 갖고 의견을 제시하고, 충분히 논의한 뒤에는 공동의 결정을 책임 있게 실행합니다. 다만 결정이 윤리적 기준을 벗어나거나 누군가에게 심각한 피해를 준다면 다시 질문하고 문제를 제기해야 합니다.
팔로워십은 자신을 희생하는 기술도 아닙니다. 부당한 업무를 무조건 떠안거나 조직의 문제를 혼자 감당하는 것이 책임감은 아닙니다. 자신의 경계와 권리를 지키면서 공동의 목표에 기여하는 것 역시 성숙한 팔로워십의 일부입니다.
리더십은 앞에 선 사람만의 능력이 아니다
우리는 리더십을 이야기할 때 누가 앞에 서는지, 누가 결정권을 갖는지에 주목합니다. 그러나 어떤 조직도 리더 한 사람의 능력만으로 성장할 수는 없습니다. 리더의 생각을 현실로 옮기는 사람, 잘못된 방향을 미리 발견하는 사람, 동료의 가능성을 끌어내는 사람이 함께 있어야 합니다.
팔로워십은 리더십이 없는 사람의 역할이 아닙니다. 자신의 생각과 책임을 가지고 공동의 목표를 만들어 가는 또 하나의 리더십입니다. 좋은 팔로워가 많아질수록 리더는 모든 것을 통제하지 않아도 되고, 조직은 한 사람의 판단에만 의존하지 않게 됩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팔로워십은 구성원에게만 요구할 덕목이 아닙니다. 구성원이 질문할 수 있는가, 다른 의견을 말해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가, 책임 있는 참여가 실제로 존중받는가를 묻는 일이기도 합니다. 팔로워의 태도와 리더의 태도는 서로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성실하게 일한다는 것은 중요한 출발점입니다. 그러나 그 성실함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내가 하는 일이 동료와 조직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질문할 때 일의 깊이는 달라집니다. 좋은 팔로워는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다른 사람을 낮추지 않고, 리더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자신의 판단을 포기하지도 않습니다.
좋은 조직은 좋은 리더 한 사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생각하고, 책임지고, 함께 성장하는 사람들이 있을 때 조직의 리더십도 비로소 깊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