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는 맡은 일을 성실하게 해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정해진 업무를 처리하고, 마감일을 지키며, 상사가 요청한 결과물을 제출합니다. 조직이 원활하게 돌아가려면 이런 사람들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런데 때로는 성실하게 일하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생깁니다. 맡은 일은 끝냈지만 전체 프로젝트는 진척되지 않습니다. 자신의 업무는 완료했지만 다음 단계에서 동료들이 어려움을 겪습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각자 자기 몫을 다했다고 말하지만, 정작 누구도 전체 결과를 책임지려 하지 않습니다.
이때 질문이 생깁니다. 내게 주어진 일을 잘하는 것과 공동의 결과를 책임지는 것은 같은 일일까요?
내 일과 우리의 일 사이
조직의 업무는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완성됩니다. 한 사람이 맡은 일을 끝냈다고 해서 공동의 목표까지 달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업무가 다음 사람에게 어떻게 연결되는지, 지금의 결과가 전체 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영업 담당자가 고객과의 계약을 성사시켰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계약서에 서명을 받는 것이 그 사람의 업무라면, 일단 맡은 일은 끝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객에게 약속한 사항이 실제로 이행되지 않거나, 생산 부서가 계약 내용을 제대로 전달받지 못했다면 어떻게 될까요?
개인의 업무는 완료되었지만 고객과 조직의 문제는 이제 시작될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구성원이 모든 일을 떠맡아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역할과 책임에는 분명한 경계가 있어야 합니다. 다만 자신의 업무가 공동의 결과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해하는 사람은 그 경계 안에서만 생각하지 않습니다. 문제가 어디에서 발생했는지 살피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조치가 무엇인지 고민합니다.
좋은 팔로워는 자신의 업무를 넘어 모든 일을 대신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자신의 일이 전체의 어떤 부분을 이루는지 이해하는 사람입니다.
지시를 기다리는 동안 놓치는 것들
일을 주도적으로 한다는 것은 무조건 먼저 행동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앞서 나가면 오히려 혼란을 만들 수 있습니다. 리더의 의도와 조직의 우선순위를 확인하지 않은 채 자신의 판단만으로 움직이는 것은 책임감이라기보다 독단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
주도적인 팔로워는 행동하기 전에 목적을 살핍니다.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어떤 결과가 필요한지, 지금 가장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 이해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판단할 수 있는 범위에서는 실행에 옮기고, 결정 권한이 필요한 문제는 적절한 시점에 공유합니다.
가령 보고서를 작성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해 보겠습니다. 지시받은 항목을 채워 제출하는 것으로 끝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보고서가 어떤 결정을 돕기 위한 것인지 이해한다면, 자료의 오류를 발견했을 때 수정하고, 중요한 정보가 빠져 있다면 확인하며, 결과를 해석하는 데 필요한 내용도 제안할 수 있습니다.
이런 태도는 업무를 불필요하게 확대하는 것과 다릅니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목적을 이해하면 더 나은 방법을 발견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조직에 필요한 사람은 언제나 새로운 일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 아닙니다. 이미 맡은 일을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필요한 순간에 적절하게 움직이는 사람입니다.
책임감은 문제가 생겼을 때 드러난다
일이 순조롭게 진행될 때는 누구나 책임감 있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하면 태도의 차이가 드러납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맡은 부분이 아니었다고 설명합니다. 다른 부서가 제때 협조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지시받은 대로 했을 뿐이라고 덧붙이기도 합니다. 그 설명이 사실일 수는 있습니다. 실제로 책임이 없는 사람에게 모든 책임을 돌려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사실을 설명하는 것과 문제 해결을 외면하는 것은 다릅니다.
책임감 있는 팔로워는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히는 데서 멈추지 않습니다. 지금 어떤 문제가 발생했는지, 그 문제가 누구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해결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살핍니다.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면 적절한 사람에게 알리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며, 해결 과정에 협력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모든 결과를 혼자 책임지라는 뜻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책임감은 모든 문제를 자신의 몫으로 끌어안는 태도가 아닙니다. 자신이 맡은 부분을 분명히 인정하고,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태도입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의 경계를 설명하는 일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 경계가 문제를 외면하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주도성에도 분별이 필요하다
주도적으로 일하는 사람은 조직에 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주도성 자체가 언제나 좋은 결과를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충분한 협의 없이 일을 진행하거나, 동료의 역할을 무시하고 대신 결정하거나, 자신의 방식이 더 낫다는 이유로 합의된 절차를 바꾼다면 문제가 생깁니다. 좋은 의도로 시작한 행동이 다른 사람의 업무를 어렵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주도성에는 분별이 필요합니다.
무엇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지, 누구와 협의해야 하는지, 언제 보고해야 하는지를 이해해야 합니다. 자신의 판단으로 실행할 수 있는 일은 미루지 않되, 여러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결정은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리더에게도 책임이 있습니다. 모든 세부 사항을 일일이 지시하면서 구성원에게 주도성을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구성원이 판단할 수 있는 범위를 알려 주고, 그 범위 안에서 시도할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실수했을 때 무조건 책임을 묻기보다 판단의 과정과 결과를 함께 돌아볼 필요도 있습니다.
주도성은 개인의 의지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신뢰와 권한, 책임이 함께 주어질 때 조직의 역량으로 발전합니다.
좋은 팔로워는 결과를 함께 만든다
리더십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앞에서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에게 주목합니다. 그러나 어떤 방향이 실제 결과로 이어지려면 그 방향을 이해하고, 실행하며,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좋은 팔로워는 리더의 지시를 기다리는 데서 멈추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일을 스스로 결정하려 하지도 않습니다. 공동의 목표를 이해하고, 자신의 역할을 책임 있게 수행하며, 필요한 순간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그는 자신의 업무를 완수했는지만 묻지 않습니다. 자신이 한 일이 공동의 목표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도 돌아봅니다.
조직의 성과는 한 사람의 능력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각자의 역할이 연결되고, 그 연결 속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함께 해결할 때 비로소 공동의 결과가 완성됩니다. 좋은 팔로워십은 맡은 일을 잘하는 데서 시작하지만, 그 일의 의미와 결과를 함께 책임지는 데서 깊어집니다.
좋은 팔로워는 자기 일을 끝내는 사람을 넘어, 자신의 일이 공동의 결과로 이어지도록 책임지는 사람입니다.
조직에서 책임감은 주어진 업무를 완수하는 것으로만 측정되지 않습니다. 자신이 하는 일이 누구에게 연결되고, 공동의 목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할 때 책임의 범위도 깊어집니다.
그렇다고 모든 일을 떠맡거나 권한 밖의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역할을 분명히 알고, 필요한 순간에 협력하며,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적절하게 공유하는 것 역시 책임 있는 행동입니다.
결국 팔로워십은 리더를 얼마나 잘 따르는가에 관한 문제만이 아닙니다. 함께 이루려는 목표를 자신의 일로 받아들이고, 그 결과에 책임 있게 참여하는 태도에 관한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