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종종 준비가 더 필요해서 시작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돌아보면 우리를 멈추게 한 것은 준비의 부족보다 두려움이었고, 완벽한 타이밍을 기다리는 마음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너무 익숙한 말이라 쉽게 지나치지만, 우리의 삶을 돌아보면 이 단순한 문장 앞에서 자주 멈춰 섰던 순간들이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은 있었지만 조금 더 준비한 뒤에 시작하겠다고 생각했고, 좋은 기회가 왔지만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아 물러났습니다.
저 역시 그런 순간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오랜 시간 전문 작가와 언론인으로 일했지만 소설 한 편 제대로 써보지 못했고, 학창 시절 밴드에서 드럼을 연주했지만 더 깊이 배워보려는 시도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름다운 풍경화를 그리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붓을 잡는 일은 계속 미뤄졌습니다.
돌이켜보면 후회는 대단한 실패에서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하지 못한 일보다, 하고 싶었지만 첫걸음을 내딛지 않았던 순간들이 오래 남았습니다.
삶을 바꾼 것은 완벽한 준비가 아니라 첫걸음이었습니다
반대로 용기를 내어 내디딘 작은 걸음은 예상보다 긴 흔적을 남겼습니다. 젊은 시절 저널리즘을 공부하기 위해 대학을 편입했던 결정은 이후 오랜 저널리스트의 삶으로 이어졌습니다.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 두려웠지만 대중 연설의 기회에 자신을 던졌고, 그 경험은 이후 강단에 서는 삶으로 연결되었습니다.
오래전 아내에게 데이트를 신청했던 작은 용기도 평생의 동반자를 만나는 시작이 되었습니다. 최근의 여행 역시 처음에는 하나의 결정에 불과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기억에 남는 삶의 한 장면이 되었습니다.
삶의 중요한 변화는 시작할 때부터 그 결과를 알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첫 문장을 쓸 때는 그 글이 어디까지 갈지 알 수 없고, 첫발을 내디딜 때는 그 길이 어디로 이어질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시작했기 때문에 다음 장면을 만날 수 있습니다.
완벽한 환경을 기다리는 동안 시간은 지나갑니다
무디 신학교의 마크 조브 박사는 사람들이 행동을 주저하는 이유 가운데 환경과 타이밍을 기다리는 마음을 이야기합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시작하지 못하는 이유를 꽤 그럴듯하게 만들어냅니다. 상황이 좋아지면 시작하겠다고 하고, 조금 더 준비되면 움직이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완벽한 환경은 좀처럼 오지 않습니다. 날씨도, 시장도, 조직도, 우리의 컨디션도 늘 변합니다. 모든 조건이 갖추어진 다음에 시작하려 한다면 우리는 계속 출발선에 머물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이 어찌 자기의 길을 알 수 있으랴.
이 말씀은 미래를 모두 알고 움직이라는 뜻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오히려 우리는 앞을 다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한 걸음을 내딛습니다. 길 전체가 보이지 않아도 다음 걸음은 걸을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미루기는 타이밍을 기다리는 것입니다. “다음에 하겠습니다.” “조금 더 여유가 생기면 하겠습니다.” 이런 말은 때로 신중함처럼 들리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행동하지 않기 위한 안전한 문장이 되기도 합니다.
갔다가 다시 오라 내일 주겠노라 하지 말며.
시간은 우리가 준비를 끝낼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하는 일이 아니라, 지금 내게 주어진 시간 안에서 무엇을 시작할 것인지 생각하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기다리는 것은 타이밍이 아니라 두려움일지도 모릅니다
환경과 타이밍이라는 이유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그 아래에 또 다른 감정이 숨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두려움입니다.
실패하면 어떻게 할까.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감당할 수 없으면 어떻게 할까. 새로운 일을 시작할수록 이런 질문은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그래서 우리는 준비라는 이름으로 시간을 더 벌고, 타이밍이라는 이름으로 결정을 뒤로 미룹니다.
준비는 필요합니다. 계획도 필요합니다. 특히 비즈니스에서는 위험을 살피고 충분한 정보를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문제는 준비가 행동을 돕는 것이 아니라 행동을 피하기 위한 이유가 되는 순간입니다.
마크 조브 박사가 말하는 또 하나의 장애물은 두려움입니다. 믿음은 두려움이 없는 상태라기보다 두려움이 있어도 한 걸음을 내딛게 하는 힘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 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
믿음이 있다고 해서 결과를 미리 알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결과를 알 수 없다는 이유 때문에 영원히 멈춰 있지는 않게 합니다. 내가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한 걸음을 선택하게 합니다.
일터에서도 결단은 신앙의 일부가 됩니다
비즈만나의 관점에서 이 문제는 단순한 시간관리나 생산성의 문제가 아닙니다. 일터에서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갈 것인가에 관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시장이 좋아질 때까지 기다리고, 조직이 안정될 때까지 기다리고, 더 많은 경험이 쌓일 때까지 기다리다 보면 어느새 좋은 기회가 지나가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상황에서 무조건 서둘러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기다림과 미루기는 다릅니다. 기다림에는 이유와 방향이 있지만, 미루기에는 때로 두려움을 감추는 말만 남습니다.
그래서 일터에서의 믿음은 무모하게 뛰어드는 용기라기보다, 충분히 생각하고 기도한 뒤에도 남아 있는 불확실성을 감당하며 한 걸음을 내딛는 태도에 가깝습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내가 계속 미루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미룸 뒤에 어떤 두려움이 숨어 있는지를 바라보는 것. 어쩌면 결단은 여기에서 시작됩니다.
완벽한 타이밍은 오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시작하기 전에 미래를 알고 싶어 합니다. 다시 말하면, 이 일이 잘될지,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내가 끝까지 해낼 수 있을지를 먼저 확인하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준비하고 또 준비합니다. 그런데 삶에서 중요한 일일수록 시작하기 전에는 그 결과를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앙도 비슷합니다. 믿음은 모든 답을 알고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모든 답을 알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도 한 걸음을 내딛는 것입니다. 그래서 믿음의 반대편에는 반드시 의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지나친 계산과 미루기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비즈니스에서도 신중함은 필요하지만 신중함이 영원한 대기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준비할 만큼 준비했다면 어느 순간에는 문을 열고 나가야 합니다. 첫걸음이 완벽해서가 아니라, 걸어가면서 다음 길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완벽한 타이밍이 아니라, 오늘 내딛을 수 있는 작은 한 걸음인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