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을 위해 일하고, 어떤 사람이 되어가고 있을까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지겹다면? 삶을 다르게 보는 3가지 시선

너무 익숙해서 보이지 않는 삶의 ‘물’을 어떻게 발견할까요?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의 『이것이 물이다』를 통해 익숙한 시선에서 벗어나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법, 그리고 일터의 리더십을 다시 생각합니다.
ESSAY · LIFE · BOOK

우리는 매일 같은 세상을 바라보며 살아갑니다. 같은 길을 걷고, 같은 사람을 만나고, 비슷한 일에 반응하며 익숙한 방식으로 하루를 판단합니다. 그런데 어쩌면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세상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방식인지도 모릅니다. 오래전 읽었던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의 『이것이 물이다』는 바로 그 익숙함에 질문을 던집니다.

푸른 물속을 헤엄치는 두 마리의 어린 물고기와 나이 든 물고기
가장 익숙한 것이 오히려 가장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무엇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가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의 케년 칼리지 졸업 연설 『이것이 물이다』는 아주 단순한 이야기에서 시작합니다. 두 마리의 어린 물고기가 헤엄쳐 가는데 나이 든 물고기가 다가와 묻습니다. “물은 어때?” 어린 물고기들은 서로를 바라보다가 묻습니다. “대체 물이 뭐야?”

이 이야기가 오래 남는 이유는 물고기의 어리석음 때문이 아닙니다. 너무 익숙해서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물고기에게 물은 특별한 환경이 아니라 삶 그 자체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가장 중요한 것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우리의 삶에도 그런 ‘물’이 있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출퇴근길, 익숙한 인간관계, 일하면서 생기는 불만, 다른 사람을 판단하는 습관,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기준들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선택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어느 순간 그것들이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결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출퇴근 시간 복잡한 도시에서 각자의 생각에 잠겨 움직이는 사람들
반복되는 일상은 우리의 생각까지 자동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가장 위험한 것은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월리스가 말하는 교육은 단순히 더 많은 지식을 갖는 일이 아닙니다.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알아차리는 능력에 가깝습니다. 내가 가진 판단의 기준을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본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각자의 기본 설정을 통해 세상을 바라봅니다. 내 시간이 가장 중요하고, 내가 불편한 것이 가장 큰 문제이며, 다른 사람의 행동은 나를 방해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출근길 교통체증에 화가 나고, 계산대의 느린 사람 때문에 짜증이 나고, 직장에서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하루 종일 마음이 상하는 것도 비슷합니다. 상황 자체보다 내가 그 상황을 바라보는 방식이 감정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자유는 모든 상황을 내가 원하는 대로 바꾸는 데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바꿀 수 없는 상황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을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무엇을 선택할 수 있는지를 의식적으로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이것이 물이다』의 핵심 통찰을 바탕으로 재구성

자유는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는 데서 시작됩니다

마트에서 긴 줄을 기다린다고 생각해봅시다. 우리의 첫 번째 반응은 대개 비슷합니다. “왜 이렇게 느리지?” “저 사람들은 왜 준비를 안 했을까?” “내 시간은 소중한데.”

이것이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하는 기본 설정입니다. 모든 상황을 나를 중심으로 해석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잠시 멈추어 다른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저 사람에게도 오늘 힘든 일이 있었을지 모릅니다. 아이를 돌보느라 지친 사람일 수도 있고, 하루 종일 일한 뒤 겨우 장을 보러 나온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런 생각 하나가 갑자기 모든 짜증을 없애주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귀찮고 어렵습니다. 그래서 월리스가 말하는 자유는 한 번의 깨달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작은 선택에 가깝습니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사정을 정확히 알아내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 순간 타인은 나를 방해하는 사람이 아니라, 나와 똑같이 자기 삶의 무게를 지고 살아가는 한 사람이 됩니다.

마트 계산대에서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는 모습
같은 장면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공감은 상대를 이해하는 기술보다 시선의 변화입니다

우리는 공감을 거창한 능력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상대의 감정을 정확하게 읽고 적절한 말을 건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물이다』가 던지는 질문은 조금 다릅니다. 먼저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부터 의식하라는 것입니다.

내가 항상 옳다고 생각하면 다른 사람의 사정을 들을 여지가 줄어듭니다. 내가 가장 바쁘다고 생각하면 다른 사람의 지연은 무례함이 되고, 내가 가장 힘들다고 생각하면 다른 사람의 고통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반대로 시선을 조금 바꾸면 같은 장면에서도 다른 것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것은 모든 행동을 정당화하자는 뜻이 아닙니다. 판단하기 전에 한 번 더 바라볼 수 있는 여백을 갖자는 뜻입니다. 어쩌면 공감의 시작은 상대를 이해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해석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 있는지도 모릅니다.

일터에서도 우리는 각자의 ‘물’ 속에서 살아갑니다

이 통찰은 일터에서도 이어집니다. 우리는 조직 안에서 자신의 경험과 기준을 당연하게 받아들입니다. “원래 회사는 이런 곳이야.” “저 사람은 원래 저래.” “일은 원래 힘든 거야.” 이런 문장이 반복되면 어느 순간 그것이 현실의 전부가 됩니다.

하지만 리더십은 때때로 그 당연함에 질문을 던지는 데서 시작됩니다. 왜 우리는 이렇게 일하고 있는가. 왜 이 문제를 계속 반복하고 있는가. 내가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사람을 잘못된 사람으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조직문화도 결국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의 집합일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이 자신의 기본 설정을 돌아보기 시작하면 관계의 방식이 달라지고, 관계의 방식이 달라지면 조직의 분위기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것이 물이다’라는 깨달음은 철학적인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현실적인 이야기입니다. 내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보다, 내가 무엇을 보지 못하고 있는지를 묻는 순간 일상의 풍경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BIZMANNA INSIGHT

우리가 바꿔야 할 것은 세상보다 먼저 우리의 시선인지도 모릅니다

『이것이 물이다』를 읽고 나면 일상이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특별한 사건이 일어나서가 아니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범한 순간에 질문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지금 나는 무엇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지금 내가 화를 내는 이유는 정말 상대에게 있는가. 혹시 나의 오래된 기본 설정이 세상을 그렇게 보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특히 사람을 대하는 일에서는 이 질문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상대방을 너무 빨리 규정합니다. 무례한 사람, 느린 사람, 이기적인 사람, 무능한 사람. 한번 이름을 붙이고 나면 그 사람의 다른 모습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이름으로 불리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사람을 바라보는 태도도 조금 달라집니다.

신앙의 관점에서도 이것은 깊은 질문을 남깁니다. 우리는 내가 세상을 얼마나 잘 이해하는지를 자랑하기보다 내가 얼마나 다른 사람을 사랑의 눈으로 볼 수 있는지를 돌아볼 수 있습니다. 익숙함을 깨뜨리는 일은 지식을 하나 더 얻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을 다시 바라보는 일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은 늘 우리 곁에 있어서 보이지 않는지도 모릅니다. 가족의 수고, 동료의 마음, 오늘이라는 시간, 그리고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까지. 물고기가 물을 발견하는 순간처럼, 너무 당연하게 살아온 것들을 다시 볼 수 있을 때 우리의 삶은 조금 더 깊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