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은 왜 자꾸 어긋나는가 | Brunch 再讀 10

리더십은 왜 현실과 어긋날까. 침묵, 이미지, 관계 구조가 만드는 리더십의 착시 현상을 탐구한다.

리더십은 왜 자꾸 어긋나는가

우리는 리더보다 ‘리더의 이미지’를 더 좋아한다


사람들은 리더가 되고 싶어 합니다. 앞에 서서 방향을 말하고, 결정을 내리고, 사람들을 움직이는 모습은 분명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우리가 끌리는 것은 리더라는 역할의 무게가 아니라, 리더의 이미지입니다.

리더가 된다는 것은 다른 세계에 들어가는 일입니다. 모든 선택이 누군가에게는 기쁨이 되고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손해가 되는 구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선택조차 책임으로 돌아오는 자리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현실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리더십은 현실이 아니라 기대 속에서 먼저 소비됩니다.

우리는 리더십을 꿈꾸지만,
정작 리더십의 책임보다 리더의 이미지를 먼저 사랑한다.

침묵은 언제나 친절한 얼굴로 찾아온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리더가 될수록 사람들은 그에게 맞춰 말하기 시작합니다.

"맞습니다."
"좋은 방향입니다."
"동의합니다."

이런 말들이 늘어날수록 조직은 안정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생각과 다른 관점들이 조용히 사라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갈등을 피하기 위해 침묵을 선택합니다. 반대 의견은 점점 말하기 어려워지고, 불편한 질문은 회의실 밖으로 밀려납니다.

이 침묵이 반복되면 리더는 자연스럽게 착각합니다.

"다들 이해하고 있구나."

그러나 그 순간부터 리더십은 현실을 반영하기보다 리더 자신의 해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리더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

흥미로운 사실은 리더가 의도적으로 왜곡을 만드는 경우보다 구조적으로 그렇게 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점입니다.

권한이 커질수록 사람들은 솔직한 말을 줄입니다.

리더는 점점 피드백 없이 결정을 내리는 환경에 놓입니다. 외부 현실보다 자신의 경험과 판단에 의존하게 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내가 보는 것이 곧 현실"이라는 감각이 형성됩니다.

이것은 특별히 독선적인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닙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이것을 개인의 성격 문제로만 해석합니다. 그래서 정작 중요한 구조적 문제는 보지 못합니다.

권력은 사람을 바꾸기보다,
현실을 듣기 어려운 환경으로 만든다.

좋은 말이 진실을 대신할 때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언어입니다.

공감, 소통, 사람 중심, 섬김.

모두 아름답고 가치 있는 말들입니다.

그러나 이런 말들이 실제 경험과 연결되지 않으면 점차 하나의 언어 습관으로 남게 됩니다.

더 위험한 것은 반복되는 좋은 말이 현실을 가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관계는 나아지지 않았는데 소통을 이야기하고, 감정은 쌓여가는데 공감을 이야기하며, 신뢰는 약해지고 있는데 섬김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조직은 겉으로 건강해 보입니다.

하지만 안에서는 사람들이 조금씩 지쳐갑니다.

이것이 건강한 조직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피로가 누적되는 조직이 만들어지는 이유입니다.


좋은 의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것을 리더 개인의 문제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좋은 마음을 가진 리더라도 자신의 판단과 행동이 계속 검증되고 조정될 수 있는 환경이 없다면 결국 왜곡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완벽하지 않은 리더라도 자신의 한계가 드러나고 점검될 수 있는 구조 안에서는 일정한 균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의도가 아니라 연결입니다.

리더의 의도가 현실과 연결되는 통로가 존재하는가.

그것이 건강한 리더십을 결정합니다.

좋은 리더십은 좋은 의도에서 시작되지만,
건강한 구조 안에서 유지된다.

팔로워는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다

이 과정에서 팔로워의 역할은 생각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팔로워가 침묵할수록 리더는 더 쉽게 착각합니다.

반대로 팔로워가 솔직하게 말할수록 리더는 현실에 가까워집니다.

"그 방향도 좋지만 이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

이 한마디가 가능한 조직과 사실상 불가능한 조직은 시간이 지나면 전혀 다른 모습을 갖게 됩니다.

건강한 리더십은 리더 한 사람의 능력이 아니라 리더와 팔로워 사이의 관계 구조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리더는 혼자 현실을 만드는 사람이 아닙니다.

관계 속에서 현실을 해석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팔로워는 단순히 따르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 해석이 현실과 얼마나 가까운지 끊임없이 조정해 주는 존재입니다.


맺으며

리더십은 누가 더 뛰어난가의 문제가 아닙니다.

어떤 관계 속에서, 어떤 구조 안에서, 서로가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주고받는가의 문제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리더가 되는 것 자체가 아닙니다.

어떤 책임을 감당하며 존재하는가, 그리고 자신이 보고 있는 현실이 진짜 현실인지 계속 질문하는가입니다.

나는 지금 현실을 보고 있는가.
아니면 내가 보고 싶은 현실을 보고 있는가.

이 질문을 붙잡고 있는 조직과 그렇지 않은 조직은 겉으로는 비슷해 보여도 시간이 지날수록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리더십의 위기는 능력의 부족이 아니라 현실을 잃어버릴 때 시작됩니다.

* 이 글은 작가가 브런치에서 기록해온 리더십 에세이 중 하나입니다. 매주 한 편씩 브런치 다시읽기로 배달합니다.(비즈만나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