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을 지키는 것은 책임의 출발점입니다. 그러나 때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법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기준을 지키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법이 왜 존재하는지를 생각하는 태도입니다. ‘법의 문자’를 넘어 ‘법의 정신’을 살아낸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한 번의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저는 그 질문을 다시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법을 지키는 것만으로 충분할까요
직장에서 우리는 수많은 규정과 법률을 만납니다. 그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질문은 대개 이것입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가?’ 물론 이 질문은 중요합니다. 법은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고 우리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기준을 제시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든 상황이 법의 문장만으로 설명되지는 않습니다. 규정에 명확하게 적혀 있지 않다는 이유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때 우리의 선택을 결정하는 것은 법조문보다 더 깊은 곳에 있는 양심과 가치관일 수 있습니다.
법의 정신은 그 경계 안에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를 묻습니다.
그래서 책임을 생각할 때는 두 가지 시선이 필요합니다. 하나는 법률이 명시한 것을 그대로 지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법이 만들어진 목적과 그 안에 담긴 윤리적 의미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질문은 우리에게 조금 더 불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성은 대개 그런 불편한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법적으로 책임이 없어도, 마음은 알고 있었습니다
저에게도 그런 질문을 마주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비즈니스와 직장 생활에서 적용할 수 있는 윤리적 원칙을 이야기하고 가르치면서, 과연 나는 내가 말하는 기준대로 살고 있는가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때 과거에 제가 소유했던 회사에서 발생했던 미지급 채무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법적으로는 제가 개인적으로 책임질 필요가 없는 법인 채무였습니다. 회사는 이미 폐업했고 개인 재정과도 법적으로 분리되어 있었습니다. 법의 문자만 놓고 보면 제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의무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마음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다른 사람들에게 정직과 진정성을 이야기하면서 정작 제 삶에서는 그 문제를 외면한다면, 제가 말하는 원칙 자체가 공허해질 것 같았습니다. 결국 문제를 다시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쉽지는 않았습니다. 이미 지나간 일처럼 보였던 과거를 다시 꺼내야 했고, 불편한 상황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저는 비즈니스에서 ‘책잡힐 일이 없도록(beyond reproach)’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작은 책임 하나가 예상하지 못한 감동이 되었습니다
저는 과거 회사에 돈을 받을 권리가 있었던 사업체를 찾아냈고, 적절한 금액의 수표를 보냈습니다. 상대방은 이미 그 채무를 장부에서 정리하고 손실 처리한 상태였기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그분은 제게 감사의 전화를 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돈을 지역 교회에 기부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한 일은 아주 작은 선택이었지만, 그 선택이 다른 사람에게 뜻밖의 기쁨이 되고 또 다른 선한 일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것은 책임의 크기가 반드시 행동의 크기와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법적으로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판단보다, 내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가라는 질문이 더 오래 남았습니다.
기업의 책임도 법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이 질문은 개인에게만 해당하지 않습니다. 기업 역시 법적 요구사항을 지키는 것에서 책임을 끝낼 것인지, 아니면 그 이상의 가치를 생각할 것인지 선택해야 합니다. 투명하고 윤리적인 경영은 고객과의 신뢰를 만들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태도는 기업이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지를 보여줍니다.
기업의 책임은 고객에게만 향하지 않습니다. 직원과 지역사회, 거래 상대방을 포함해 기업과 관계를 맺는 사람들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와도 연결됩니다. 법적 기준을 충족했다는 사실보다 그 과정에서 사람을 어떻게 대했는지가 기업의 문화를 보여줄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법 그 이상’이라는 말은 거창한 사회공헌 활동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약속을 지키는 일, 문제를 투명하게 설명하는 일, 품질과 서비스를 조금 더 책임 있게 바라보는 일처럼 일상의 작은 선택에서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신뢰는 규정집보다 일상에서 만들어집니다
성경 역시 삶의 기준을 단순히 법적 최소선에만 두지 않습니다. 에베소서의 말씀은 우리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넘어, 삶의 태도와 욕망까지 돌아보게 합니다.
이는 성도에게 마땅한 바니라”
이 말씀은 우리에게 조금 더 높은 기준을 생각하게 합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가를 묻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정직한가, 누군가의 신뢰를 저버리는 일은 아닌가, 내가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가치와 실제 삶이 같은가를 돌아보게 합니다.
진정성은 특별한 순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 법적으로는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자신의 원칙과 행동 사이의 거리를 얼마나 줄이는지에서 조금씩 만들어집니다.
법의 정신을 산다는 것은, 내가 누구인지 증명하는 일입니다
비즈니스에서 윤리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종종 규정과 시스템부터 생각합니다. 물론 그것들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규정이 모든 상황을 대신 판단해줄 수는 없습니다. 어느 순간에는 법과 규정 사이에 빈틈이 생기고, 그 빈틈에서 사람의 가치관이 드러납니다.
그래서 진정한 책임은 ‘할 수 있는가’보다 ‘해야 하는가’를 묻는 데서 시작되는지도 모릅니다. 법적으로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라도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맞지 않는다면 외면하지 않는 것. 그것이 ‘법의 정신’이 삶으로 들어오는 순간일 것입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고객과 직원에게 약속한 가치를 실제 의사결정에서 지키는지,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을 회피하기보다 정직하게 마주하는지, 이익과 신뢰가 충돌할 때 무엇을 선택하는지가 기업의 진짜 모습을 보여줍니다.
어쩌면 우리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단순합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선택은 내가 믿는 사람의 모습과 일치하는가?”라고 묻는 것입니다. 그 질문에 정직하게 답할 수 있을 때, 법의 정신은 비로소 우리의 삶과 비즈니스 안에서 살아 움직이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