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이 치열할수록 우리는 상대가 넘어지기를 기다리게 됩니다. 하지만 모든 경쟁이 반드시 누군가의 실패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경쟁자의 손을 잡는 선택이 오히려 우리가 속한 산업과 시장을 더 건강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비즈니스에서 진짜 경쟁력은 상대를 이기는 능력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경쟁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볼 때
비즈니스에서 경쟁은 자연스럽습니다. 더 좋은 제품을 만들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에게 선택받기 위해 서로 노력합니다. 경쟁은 기업을 움직이는 힘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경쟁의 목적이 어느 순간 ‘더 잘하는 것’에서 ‘상대가 못하게 만드는 것’으로 바뀔 때입니다.
경쟁자의 실수가 나에게 기회가 되는 순간도 있습니다. 누군가의 실패로 시장의 빈자리가 생기고, 그 자리를 차지하면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경쟁자의 불행 앞에서 우리는 아주 쉽게 계산하게 됩니다. 내가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하지만 한 사람의 실패가 반드시 나의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장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하나의 기업이나 산업의 문제가 결국 다른 기업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경쟁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조금 다른 질문이 필요합니다.
경쟁자가 존재할 수 있는 건강한 시장을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오늘날의 비즈니스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기술과 시장의 변화가 빠르고 기업과 산업의 경계도 점점 복잡해지면서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습니다. 경쟁하면서도 필요한 순간에는 협력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경쟁자의 송신탑이 무너졌을 때
로버트 잉그램의 이야기는 이 질문을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클래식 음악 라디오 방송국을 운영하던 그는 자신의 독점적 위치를 위협할 수 있는 경쟁자를 두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강풍으로 경쟁 방송국의 송신탑이 무너지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경쟁자의 방송이 멈추면 자신의 방송국에는 분명 유리한 상황이었습니다. 경쟁자가 사라진 시간만큼 시장의 공간을 차지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잉그램은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수석 엔지니어를 경쟁 방송국에 보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다시 방송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왜 그런 선택을 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짧은 말이지만 생각할수록 많은 것을 담고 있습니다. 그는 경쟁자를 단순히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가진 기술과 자원이 누군가에게 필요하다면 그것을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경쟁 관계 안에서도 서로에게 필요한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입니다.
옳은 선택은 언제나 계산하기 쉽지 않습니다
물론 현실의 비즈니스에서 경쟁자에게 무조건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기업에는 지켜야 할 이해관계가 있고, 경쟁에는 분명한 경계와 원칙이 필요합니다. 협력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책임이나 권리를 포기할 필요도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선택의 기준입니다. 내가 이익을 얻을 수 있는가만을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 아니면 이 선택이 고객과 직원, 산업과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함께 생각할 것인지의 문제입니다.
성경이 말하는 이웃 사랑도 결국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상대방을 나와 전혀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으로만 볼 것인가, 아니면 나와 연결되어 있는 한 사람으로 볼 것인가. 경쟁자라는 이름이 그 사람의 인간적 가치를 지워버려서는 안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비즈니스에서 윤리는 때때로 비용처럼 보입니다. 당장 손해를 감수해야 하고, 경쟁자에게 기회를 주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가치를 단기적인 손익계산으로만 판단한다면 우리가 잃게 되는 것은 돈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신뢰일 수 있습니다.
제로섬의 사고에서 벗어난다는 것
우리는 오랫동안 비즈니스를 제로섬 게임처럼 배워왔습니다. 내가 더 많이 가지면 상대가 덜 갖고, 상대가 성장하면 내가 그만큼 손해를 보는 것처럼 생각합니다. 그래서 경쟁자는 자연스럽게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 자리 잡습니다.
하지만 모든 비즈니스가 그렇게 작동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 기업의 성장이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한 산업의 발전이 그 안에 있는 여러 기업의 기회를 넓히기도 합니다. 기술을 공유하거나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경쟁과 협력은 반드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관계가 아닐 수 있습니다. 서로 경쟁하면서도 필요한 순간에는 협력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디에서 경쟁하고 어디에서 함께할 것인지 분별하는 일입니다.
경쟁의 방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것은 조직 내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동료의 성장을 나의 위협으로 받아들이면 조직은 쉽게 소모적인 경쟁에 빠집니다. 반대로 서로의 강점을 인정하고 필요한 곳에서 돕는 문화가 만들어지면 개인의 성장이 조직 전체의 역량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경쟁자에게 필요한 것을 가진 사람
잉그램의 선택에서 가장 오래 남는 문장은 “나에게 그가 필요로 하는 것이 있었다”는 말입니다. 그는 자신이 가진 것을 경쟁자를 무너뜨리는 무기로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자원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이 관점은 비즈니스뿐 아니라 우리의 일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내가 가진 지식과 경험, 기술과 관계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나의 경쟁력을 오직 나의 몸값을 높이는 수단으로만 사용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사람과 조직을 살리는 데에도 사용할 것인가.
어쩌면 진짜 경쟁력은 많이 가지고 있는 데 있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내가 가진 것을 언제, 누구에게,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아는 데 있을 수 있습니다. 능력은 소유할 때보다 필요한 곳에 연결될 때 더 큰 가치를 만들기도 합니다.
경쟁력은 상대를 무너뜨리는 힘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비즈니스에서 경쟁은 피할 수 없습니다. 시장에는 경쟁자가 있고, 고객의 선택을 받아야 하며, 기업은 끊임없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경쟁 자체를 부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건강한 경쟁은 우리를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합니다.
다만 경쟁자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어떤 사람이 되는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내가 그 상황을 이용할 것인지, 아니면 내가 가진 것을 나눌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바로 그 순간 경쟁의 논리보다 인격의 문제가 앞에 놓입니다.
특히 리더에게 이 질문은 더 중요합니다. 조직의 성과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경쟁은 쉽게 사람을 수단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원칙과 공감을 기준으로 경쟁한다면 성과와 가치가 반드시 서로 반대편에 서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우리가 만드는 것은 하나의 회사만이 아닙니다. 우리가 속한 시장과 산업, 그리고 그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관계까지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경쟁에서 이기는 것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은 서로 다른 차원의 성공입니다. 때로는 상대에게 손을 내미는 그 순간, 우리가 어떤 비즈니스를 만들고 싶은 사람인지 가장 분명하게 드러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