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어려움은 결정해야 할 일이 많다는 데만 있지 않습니다. 더 어려운 것은 서로 충돌하는 가치와 이해관계 속에서 무엇을 기준으로 결정할 것인가입니다. 리 스트로벨이 제시한 5가지 P 원칙을 통해,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리더에게 필요한 윤리적 판단과 성찰의 기준을 생각해봅니다.
결정의 순간에는 나침반이 필요합니다
리더에게 결정은 일상입니다. 사람을 채용하고, 사업의 방향을 정하고, 투자를 결정하고, 때로는 누군가에게 어려운 선택을 전달해야 합니다. 문제는 모든 결정이 명확한 답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특히 비즈니스 환경이 복잡해질수록 경험과 데이터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순간이 찾아옵니다. 무엇이 이익이 되는지는 알지만 그것이 옳은지는 확신하기 어렵고, 조직의 요구와 개인의 양심이 충돌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정답을 알려주는 공식보다 자신의 판단을 점검할 수 있는 나침반인지도 모릅니다.
리 스트로벨이 제시한 5가지 P 원칙은 이런 질문을 생각하게 합니다. Purpose, Prayer, Principles, People, Popular Opinion. 목적에서 시작해 성찰하고, 원칙을 확인하고, 사람들과 의논하며, 마지막으로 대중의 의견까지 살펴보는 과정입니다.
Purpose · 무엇을 위해 이 결정을 내리는가
첫 번째는 목적(Purpose)입니다. 결정의 순간에 가장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 결정을 내리는가?’
같은 결정도 목적이 무엇이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눈앞의 수익만을 목적으로 하면 단기적인 성과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지만, 고객의 신뢰, 직원의 성장, 조직의 지속 가능성과 같은 더 넓은 가치를 함께 생각하면 판단의 기준도 달라집니다.
신앙의 관점에서 목적을 다시 묻는다는 것은 모든 결정을 종교적인 언어로 바꾸는 일이 아닙니다. 내가 가진 권한과 역할을 무엇을 위해 사용하고 있는지를 돌아보는 일입니다. 목적이 분명해지면 복잡한 상황에서도 무엇을 포기할 수 있고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가 조금씩 선명해집니다.
Prayer · 멈추어 생각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기도(Prayer)입니다. 리더가 어려운 결정을 앞두고 잠시 멈추어 지혜와 용기를 구하는 시간입니다. 빠르게 결정하는 것이 항상 좋은 리더십은 아닙니다. 때로는 한 걸음 물러나 생각하는 시간이 결정의 질을 바꾸기도 합니다.
신앙 안에서 기도는 하나님께 지혜를 구하는 행위입니다. 동시에 자신의 생각과 욕심을 내려놓고 문제를 다시 바라보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무엇이 옳은지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선택할 용기가 부족할 때,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가 아니라 마음을 정돈하는 시간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잠시 멈추는 것은 결정을 미루는 것과 다릅니다. 오히려 무엇이 나를 움직이고 있는지, 내가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지, 이 결정이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차분히 바라보는 과정입니다.
Principles · 감정보다 오래 남는 기준
세 번째는 원칙(Principles)입니다. 리더가 어려운 결정을 내릴 때 가장 위험한 것은 순간의 감정이 판단의 기준이 되는 것입니다. 두려움이나 분노, 욕심과 압박감은 때때로 우리가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결정을 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중요한 순간일수록 자신이 믿는 원칙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이 결정은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일치하는가? 내가 평소 직원과 고객에게 말해온 기준을 나 자신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가? 시간이 지난 뒤에도 이 결정을 설명할 수 있는가?
원칙은 일이 순조로울 때보다 어려울 때 그 의미가 드러납니다. 아무런 대가가 따르지 않는 상황에서 원칙을 지키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진짜 시험은 원칙을 지키면 손해를 볼 수도 있는 순간에 찾아옵니다.
People · 혼자 결정하지 않는 용기
네 번째는 사람(People)입니다. 리더의 자리는 때때로 고독합니다. 최종적인 책임은 결국 리더에게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판단을 혼자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어려운 문제일수록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관점은 내가 보지 못했던 문제를 보여줄 수 있고, 질문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내 판단 속에 숨어 있던 편견이나 감정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과 의논한다는 것은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더 많은 관점을 받아들인 뒤 최종적인 책임을 자신이 감당하겠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좋은 리더는 모든 답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더 나은 답을 찾기 위해 다른 사람의 지혜를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입니다.
Popular Opinion · 모두가 옳다고 말할 때도 생각해야 합니다
마지막은 대중의 의견(Popular Opinion)입니다. 리더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조직의 구성원과 고객, 시장과 사회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를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한다는 사실 자체가 그것을 옳은 결정으로 만들어주지는 않습니다.
특히 오늘날에는 여론이 빠르게 만들어지고 빠르게 사라집니다. 숫자와 반응, 좋아요와 팔로워가 사람들의 판단에 강한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이런 환경에서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대중의 의견을 무시하는 용기가 아니라, 그것을 충분히 들으면서도 자신의 원칙을 잃지 않는 균형입니다.
때로는 다수가 원하는 방향과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향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언제나 대중의 반대편에 서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대중의 목소리를 경청하되, 최종적인 판단을 인기나 압력에 맡기지 않는 것입니다.
리더십은 무엇을 선택하느냐보다 무엇을 기준으로 선택하느냐에 있습니다
리더의 결정은 조직의 방향을 바꿉니다. 그래서 리더십을 결정하는 것은 단순한 판단 능력이나 경험의 양만이 아닙니다. 더 근본적인 질문은 ‘나는 무엇을 기준으로 결정하는가’입니다. 같은 정보와 같은 상황을 놓고도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선택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5가지 P는 하나의 의사결정 공식이라기보다 자신을 점검하는 순서로 볼 수 있습니다. 먼저 목적을 묻고, 잠시 멈추어 성찰하고, 원칙을 확인하고, 사람들의 지혜를 듣고, 마지막으로 대중의 목소리까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과정이 결국 자신의 기준을 더 분명하게 만드는 데 있다는 점입니다.
BizManna의 관점에서 리더십은 성과를 만들어내는 기술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권한을 가진 사람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며 그 권한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더 가깝습니다. 특히 신앙 안에서 리더십을 바라본다면 리더에게 주어진 권한은 소유물이 아니라 맡겨진 책임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좋은 결정은 언제나 편안한 결정일 필요가 없습니다. 때로는 손해를 감수해야 하고, 사람들의 기대와 다른 선택을 해야 하며, 오랜 시간 자신의 결정을 설명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무엇을 위해 결정했는지, 어떤 원칙을 따라 결정했는지가 분명하다면 리더는 결과가 아니라 자신의 기준 앞에서 먼저 자신을 돌아볼 수 있습니다.
결국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모든 상황에 맞는 정답이 아니라, 복잡한 상황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게 해주는 나침반입니다. 그리고 그 나침반은 오늘의 결정이 아니라 평소에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며 살아왔는지에서 만들어집니다.